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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장난감에게서 배운 것








홀링 작가의 <장난감에게서 배운 것>





처음 건전지를 박스로 주문하던 날이 생각난다. 

‘아, 이거 한두 개로는 어림없겠구나.’ 생각한 날. 나는 인터넷으로 대량의 기저귀와 함께 건전지도 박스로 담았다. 

아기가 사용하는 장난감은 전기 충전 방식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건전지가 들어간다.
신생아 때부터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장난감은 주사위 모양에 육면 모두 버튼이 달려있는 멜로디 장난감이었다.
이 장난감은 보기 좋게 달린 알록달록한 버튼 수만큼 우수수하게 건전지가 들어갔는데, 나오는 멜로디의 다양함만큼 빨리 닳았다.


건전지 교체 시기는 단계적으로 느낌이 온다.

1단계에서는 ‘멜로디가 원래 이랬었나?’ 갸웃거릴 정도로만 느리게 들린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서 2단계에 이르면 멜로디 음이 묘하게 낮아지거나 기계음이 부분부분 섞인다.
가끔 조용한 밤에 흘러나오면 무섭게 들리기까지 한다.
이때 새 건전지로 교체하면 가장 좋겠지만 귀찮아서 미루다 보면, 3단계에서는 버튼을 누르자마자 허스키한 기계음을 만나고,
마지막으로는 아무 반응이 없어서 꼭 고장 난 것 같다.


처음에는 이 단계들을 의식하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장난감이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as 센터로 택배를 보내기 직전, 수많은 전자제품이 전기코드를 뽑았다가 다시 꽂는 것만으로 살아나는 기적을 떠올리며 건전지를 교체해 보고서야 알았다. 

장난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이제 장난감이 작동되지 않거나 소리가 이상해지면, 침착하게 장난감 바닥 부분에서 건전지함을 찾는다.
도로록 드라이버를 돌리고, 자리에 맞게 쏙쏙쏙 새 건전지를 넣으면, 장난감은 대부분 산뜻하게 새것처럼 작동한다.
이 단순한 과정으로 다시 반짝이는 장난감을 볼 때마다 위로가 되었다.
에너지 문제일 뿐 본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구나.
아무리, 아무리 망가진 것처럼 보이는 장난감도 짱짱한 건전지만 넣어주면, 다시 원래의 페이스로 돌아갈 수 있다니. 너무 좋다.

 

나는 보통 아침에는 세상 모든 사랑을 담아 아이에게 반응하고 표현하다가, 저녁이 다가올수록 반응이 느려지고 상냥함도 떨어지는 편이다.
도무지 중간에 충전할 기회가 없는 날에는 아이가 반응을 원할 때, 솔직히 못 본 척하는 순간도 많다.
그렇게 어찌어찌 하루를 마무리하고 나면, 평온하게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후회했다.

‘아,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한 번 더 상냥하게 대답하고, 웃어줄걸. 미안해.’ 이 패턴의 반복이다.
결국 사람도 기능 많은 장난감과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양육자가 아이에게 모든 시간 상냥하고, 따뜻할 수 없다.
아이의 모든 말과 행동에 빠르게 반응할 수도 없다. 우리는 너무 많은 일에 신경을 쓰고 있고, 처리해야 하는 버튼도 수없이 달린 존재니까.

 

요즘은 내 목소리에서 원치 않는 기계음-짜증이나 한숨이 섞이고, 톤이 낮아지고, 표정이 굳어갈 때-이 들릴 때, 지금 내 배터리가 거의 바닥나고 있다는 걸 의식해 본다. 

스스로를 ‘역시 난 부족한 엄마’라며 엄마 자격을 따지고 몰아붙이기보다는, 곧 건전지를 교체하지 않으면 더 험한(?) 모양새로 가족을 대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에너지를 아끼고 충전할 방법을 떠올려본다. 

물론 잠잘 시간도 부족한 육아에서 충전의 기회를 얻는 것은 장난감 건전지 가는 것만큼 쉽지 않지만,
그래도 상황을 파악하고 방법을 찾으려는 마음가짐이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아이가 돌 전이었을 때는 특히,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주말이 오면 남편과 나는 돌아가며 두세 시간씩 자유 시간을 갖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충전했다.
점심을 함께 먹고, 저녁시간이 되기 전까지 순서를 정해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잠이 급할 때는 잠을, 혼자 있는 시간이 급할 때는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나갔다. 

 

나는 이 시간에 주로 잠을 포기하고 카페에 갔다.
아이는 낳아 본 적 없는 사람처럼 집 근처를 짐 없이(아이랑 함께하는 짐은 엄청나니까) 어슬렁거렸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일기도 썼다.
다음 자유 시간에는 무엇을 해볼까 기대할 수 있어서 기뻤다.
겨우 두세 시간 소박하게 좋아하는 것에 몰두했을 뿐인데, 몸과 마음 앞뒤로 맞바람이 통하는 창을 활짝 열어둔 기분이었다.
그렇게 환기를 하고 돌아가면 좀처럼 차지 않던 배터리가 다시 꽉 차서 힘을 낼 수 있게 했다.
내 안에서 쌩쌩한 멜로디가 다시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육아를 오롯이 책임져준 상대에 대한 고마움도 가득 찼다.

 

건전지를 수없이 갈면서 생각해 보지만, 언뜻 고장 난 것처럼 보였더라도 제품에는 보통 하자가 없었다.
실망할 필요 없이 산뜻하게 건전지만 교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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