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엄마에게 더블하트 러브레터 - 더블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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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엄마에게




김지연 작가의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엄마에게>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기보다는 외출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마냥 즐겁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그랬죠.
아이가 2시간 마다 일어나서 보채던 시기에도, 아이가 호기심에 이것저것 입으로 가져가던 시기에도,
아이가 이제 걸음마를 하기 시작해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시기에도, 아이가 잠든 틈을 타 잠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늘 조마조마했잖아요.

 

하루 종일 아이 옆을 지켜야 했던 저에게 외출의 기회가 생기다니, 반가운 마음에 헐레벌떡 아무거나 걸쳐 입고 나간 어느 날이었습니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언제부터 인지 밖에서 보는 내 모습은 늘 똑같았습니다. 친구에게 고백하듯 말했죠.

 

나 지금 입은 옷 2주째 똑 같은 코디야. 그런데 아무도 몰라. 2주 동안 매일 외출한 것도 아니고, 매번 다른 사람들을 만나니까.”

 

친구와 사춘기 소녀처럼 웃어 댔지만, 마음 한구석은 조금 슬펐습니다.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요.

 

결혼 전 그리고 엄마가 되기 전까지, 옷 쇼핑은 생필품을 구매하듯 꼭 해야 하는 필수 행동이었죠.
가끔은 스트레스 요인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했지요.
‘이번 주에는 어떤 옷을 입지? 겹치는 옷은 없나?’ ‘이 팔찌는 좋아하지만, 맨날 차면 오해를 받을 수도 있으니 오늘은 허전해도 그냥 가자.’
‘귀걸이는 무심한 듯 어제와 같은 것으로 해야지’ 결과물은 거기서 거기여도 매일을 시작하는 머릿속은 이렇게 몇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치느라 바빴죠.

 

지금은 백화점에 가도 옷걸이에 걸려 있거나 마네킹이 입고 서 있는 옷보다는 매대에 쌓인 누워있는 옷을 선호합니다.
아니, 이제는 백화점 매대도 안녕입니다. 최저가 온라인 쇼핑몰의 세일 기간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어요.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몸이 예전 같지 않으니, 임신 전 입던 옷은 모두 기부함으로 향합니다.
‘나는 절대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던 전형적인 아줌마의 모습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억울한 일을 접했어요. 기억나시나요? 2개월간의 출산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페이스북 (現 Meta)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First day back after paternity leave. What should I wear? (출산 휴가 복귀 첫날. 뭘 입을까?)”라며 페이스북에 공개한 그의 옷장 때문이었어요.
늘 같은 청바지에 같은 티셔츠를 입고 출근은 물론 공식 석상에까지 등장하는 그의 패션은 한때 큰 화제였죠. 그 이유에 대해 저커버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무엇을 입을 것인지, 아침식사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같은 사소한 결정도 피곤하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에 질투마저 느꼈습니다. 그의 패션은 시간을 절약하는 경영자다운 모습으로 인정받고,
엄마의 옷은 ‘아줌마니깐 그렇지 뭐’라며 어쩔 수 없다는 시선을 받으니 말이죠. 엄마도 저커버그와 똑 같은 이유로 매일 같은 옷을 입잖아요.
그런데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엄마는 자기관리에 소홀한 모습의 대명사가 된 것 같았어요. 

 

누군가 물어봐줬으면 좋겠어요. 왜 이렇게 옷을 똑같이 입느냐고 말이죠. 그러면 당당히 말하고 싶습니다.
엄마에게 주어진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해서든 척척 해내기 위해서라고, 마크 저커버그처럼 시간 관리를 위해서라고 말이에요.
그렇게 좋아했던, 옷을 고르고 옷을 입는 시간을 자발적으로 줄여서 말이죠.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시간을 알뜰하게 쓰고 있는 거라고요.
가족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요. 그러니까 매일 또 같은 옷차림에도 당당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우리 집의 마크 저커버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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