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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 우리에게도 백일의 기적은 찾아올까




금동맘 작가의 <우리에게도 백일의 기적은 찾아올까>

 

 

일주일에 한 번 미팅하는 협력사 남직원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첫 아이 탄생 소식을 전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손뼉 치며 온 마음으로 그를 축하했고, 그는 처음으로 함박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다음 주 회의실에 들어오는 그의 얼굴은 조금 칙칙해져 있었다. 게다가 주를 거듭할수록 야위어가기까지 했다. 

그가 하는 말은 항상 같았다. “아이는 정말 예쁜데 잠을 못 자서 죽겠다”는 거였다. 

친구들 사이에 ‘잠순이’로 통할만큼 잠 욕심이 많은 나로선 그 고문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덜컥 겁이 났다. 

 

그로부터 1년 후, 우리 집에도 수면 환경을 엉망으로 만들 새 식구가 등장했다. 듣던 대로였다. 

이 녀석에겐 낮과 밤의 경계 따윈 없었다. 오히려 밤에 더 활기차고 신나 보이기까지 했다. 

자면서도 어찌나 몸을 비틀고 힘을 주는지 끙끙거리는 소리가 신경 쓰여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미리 낮잠을 자두지 못한 날엔 수유하며 졸기 일쑤였다. 

어떤 조사에서 신생아를 키우는 부모에게 “밤에 8시간 이상 쭉 잘 수 있다면 얼마를 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참여자들은 ‘100달러 이상’이라는 답이 절반 이상 제출했다고. 누군가 헤드뱅잉을 하는 내 앞에 나타나 

“아이는 내게 맡기고 푹 자”라고 한다면 선뜻 지갑에서 10만 원을 꺼내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가장 자주 마주한 키워드는 ‘백일의 기적’이었다. 

백일의 기적이란 아기들이 생후 100일을 기점으로 밤새 통잠을 자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100일 동안 고생한 모든 이들 앞에 홍해가 갈라지듯 기적적인 그 밤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적은 기적일 뿐이었다. 매일 같이 귓가를 파고드는 칭얼거림은 처음으로 아기에게 야속함이라는 감정까지 싹트게 했다.

 

더 괴로운 건 따로 있었다. 아이를 잘못된 방식으로 돌보고 있다고 단죄하는 듯한 주변의 간섭과 정보들이었다. 

재우는 방식부터 낮잠 시간, 수유 양, 분유와 기저귀 종류까지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꿔봤다.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탁월한 방법은 없었다. 드디어 기적이 찾아왔나 싶다가도 다시 보채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이의 아랫잇몸을 자세히 살펴보니 빨갛게 부어있었다. 이앓이였다. 또 어떤 날은 아이가 뒤집기에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줄을 모른다는 것. 그렇게 되짚기를 하기까지 한 달간 불침번을 섰다. 

 

그때는 아이가 얼른 커 주기만을 바랐다. 신생아 때는 백일의 기적을 기다렸고, 백일엔 돌을, 돌에는 두 돌을 기다렸다. 

하지만 두 돌이 지난 지금은 그 어떤 기적도 기다리지 않는다. 여전히 새벽에 한두 번씩 깨서 칭얼대고, 

낮잠 재우기는 하늘의 별 따기지만 그런데도 천천히 컸으면 한다. 

그렇게 얼마간 고군분투한 아이는 콩나물처럼 쑥 자라 이전과는 꽤 다른 모습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난 계절의 사진만 봐도 지금과 너무 다르다. 그래서 더 이상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바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의 모습도, 육아의 모습도 수없이 바뀌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아이가 밤잠에든 후 찾아오는 ‘육퇴의 기적’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잠든 아이의 얼굴에는 ‘예쁘다’는 말로 담기지 않는 반짝이는 우주가 있다. 

매일 밤 우리만의 우주를 만지고 쓰다듬으며 오늘 하루 아이로부터 받은 행복들을 곱씹고, 

더 멋진 엄마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아로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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